※ 일부 내용 스포 있음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간만에 영화관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라고는, 뮤지컬 장르의 영화로서 이번 97회 아카데미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라는 것과, 주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서 혐오 발언을 해서 빈축을 샀다는 것 정도? 그 외에는 사실 영화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볍게 보고 왔다.
우선 보고 난 소감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다. 갱단 두목의 성 전환이라는 상상조차 해본적 없는 소재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 신선했다. 근래 들어 간혹 PC라는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의 퀄리티에 해가 될 정도로 주객이 전도되는 케이스들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번 <에밀리아 페레즈>는 트랜스 젠더라는 소재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에는 흠결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장르
가장 최근 본 다른 뮤지컬 장르의 영화라고 한다면 <위키드 part1> 정도가 있는데, 위키드와 비교했을 때 에밀리아 페레즈가 조금 더 세련된 뮤지컬 장르라는 느낌을 받았다. <위키드>도 물론 좋은 작품이었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소재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통 뮤지컬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다면, 에밀리아 페레즈는 범죄 스릴러 영화에 약간의 음악이 가미된 느낌이어서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위키드>의 경우 주연인 아리아나 그란데, 신시아 에리보가 워낙 뛰어난 보컬을 가진 배우들이어서 극에 사용된 넘버들도 Defying gravity 처럼 가창력에 초점을 둔 느낌이었던 반면 <에밀리아페레즈>에 삽입된 넘버들은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곡이라기보단, 그때 그때 극 중 분위기에 적절하게 대응되는 느낌의 곡이 차용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연출 면에서도 신선한 연출이 많았는데, 특히 영화 중반부 뮤지컬 씬에서 노래를 부르는 주연 외에는 흑백처리가 되는 연출이 참 인상적이었다. 불필요한 주변이 모두 흑백처리가 되면서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자칫 산만할 수 있는 화면 구성이 깔끔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자연스레 주연 배우들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돼서 극 몰입도 측면에서도 좋았다.
트랜스젠더 & 가스콘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는 아무래도 트랜스젠더라고 하는, 영화 소재로서는 아직 생경한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 아닐까싶다.
아무래도 근래에 들어 성, 인종, 사회적 약자 등 다양성에 대해 전세계적으로도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들에 대한 처우 및 사회적 인식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이런 요소들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호불호가 형성될 수 밖엔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에밀리아 페레즈> 같은 경우에는 가뜩이나 갱단 두목의 성전환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를 전면에 앞세워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작품인데, 하필 사회적 다양성에 대해 메세지를 던지는 역할을 해야하는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 가스콘이 과거 SNS를 통해 오히려 각종 혐오&차별 발언들을 했던 이력들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됨으로써, 영화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일부 훼손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I 논란?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후기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에밀리아 페레즈>에 삽입된 넘버들의 가사가 마치 AI를 이용해 번역한 듯 어색하고 엉성한 탓에 실제 스페인어권 관객들에게는 큰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또 주연 배우들의 어설픈 스페인어 연기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고 하는데 이는 스페인어권에서 살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역시 이래서 영화를 더 풍부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극중 사용되는 언어와 영화 배경이 되는 문화의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인가 보다.
아무튼 이런 비판은 예전 한국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던 블랙팬서의 어설픈 한국어 연기가 큰 비판을 받았던 것과 사실상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평이 좋지 않았던 블랙팬서와는 달리, 이번 <에밀리아 페레즈>는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부문에 노미네이트까지 되었기 때문에 스페인어권 관객들의 반발이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아무튼 이런 다양한 논란은 뒤로하고,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영화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다. 영화 자체의 메세지도 매우 직관적이어서, 조금 더 가벼운 호흡으로 다양한 넘버들을 즐기면서 영화를 감상하기에 좋았던 것 같다.
추천 여부를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추천을 하고 싶은 작품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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