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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콘클라베 (Conclave, 2024)

맘대로 영화 리뷰

by 뿔문 2025. 3. 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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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언급 있음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

이번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각색상 부문에서는 수상까지 한 작품이다.

콘클라베 포스터
콘클라베 포스터

개인적으로 정치극,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개봉전부터 예고편을 보고 기대감이 높았고, 개봉일만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이번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우선 제목인 콘클라베에 대해 알아보자면, 정의는 다음과 같다.

 

콘클라베(Conclave)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로, 교황 선종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소집되어 진행되는 교황 선출 비밀 회의를 말한다. 라틴어의 cum(함께),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하였으며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한다.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이 외부와 차단된 비밀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선거를 하기 때문에 콘클라베라는 용어가 쓰이게 되었다.

(출처 : 위키백과)

 

즉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가톨릭의 선거제도를 콘클라베라고 하는데, 실제로 영화 플롯도 이 콘클라베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개인적으로 평소 자주보던 배우들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생생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인공인 ‘토마스 로렌스’ 역을 맡은 ‘레이프 파인스’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역을 맡은 배우였다(...) 그걸 인지하고나서 배우 얼굴을 다시 보니, 볼드모트의 그 느낌과 확실히 닮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볼드모트
토마스 로렌스 역을 맡은 볼드모트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우선 이 영화는 종교적인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욱 풍부하게 영화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콘클라베의 투표 결과를 대외적으로 굴뚝 연기 색으로 발표한다. 가톨릭 신자인 지인의 설명을 빌리자면 콘클라베에서의 투표 이후, 가결 시에는 흰색 연기로, 부결 시에는 검은색 연기로 외부에 투표 결과를 알린다고 한다. 이 설명을 듣기 전에는 연기를 내보내는 장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그 부분에 촉각을 세우고 감상을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또 영화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영화 초반부 교황의 죽음과 관련된 수상한 정황 등의 설정은, 실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1세의 죽음과 관련된 루머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거북이

영화에서는 거북이가 상징적인 동물처럼 등장한다. 추기경단 단장인 로렌스와 뒤늦게 추기경단에 합류한 베니테스 추기경 간의 대화 장면에서도 등장하고, 선거가 끝난 후 엔딩에서 로렌스가 거북이를 원래 있던 정원으로 돌려놓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그 자체로 큰 역할을 하지 않는 거북이가 두번이나 영화의 중요한 순간에 등장한 것은 모두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있어서라고 봤다. 개인적 견해로는 ‘거북이 = 로렌스’를 상징한다고 보았다.

거북이와 로렌스
거북이를 돌려놓는 엔딩 속 로렌스

 

로렌스와 베니테스의 대화에서 거북이는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틈만 나면 살고 있는 정원을 탈출하려고 하는 동물로 묘사된다. 이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사실 로렌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렌스는 선대 교황이 선종하기 이전부터 단장직을 사임하고 교회를 떠날 의사를 비춰왔으나, 교황에게 사임을 반려당한 상황이었다. 즉 거북이처럼 로렌스도 틈만나면 정원(교회)를 벗어나고 싶어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엔딩에서 로렌스는 거북이를 정원에 돌려놓는다. 이는 결국 본인도 새롭게 교회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을 믿고 교회에 남겠다는 그 의지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깨진 창문

폭발 테러 이후, 기존에는 완전히 밀폐되어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시스티나 성당에 바람이 불어오며 바람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있다. 이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기존의 교회가 베니테스라는 새로운 인물을 맞이하며, 이후 새로운 바람이 교회에 불어올 것이라는 은유인 셈이다.

 

 

선대 교황의 계획

선대 교황의 선종 이후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어쩌면 선대 교황이, 본인의 사후에 파벌로 갈라진 교회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둔 시나리오이자 큰 그림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종
모든 일의 시작인 선대 교황의 선종

 

그렇게 생각한 근거 몇가지가 있다.

우선 기존에 대외적으로 알려져있지 않던 카불의 베니테스 추기경이 콘클라베를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점. 이는 교황의 선종 이후, 그가 등장하게끔 짜여진 각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로렌스의 사임을 반려한 것도, 새롭게 교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교황이 사임을 반려하고 로렌스가 앞으로 교회가 맞이할 새로운 변화를 함께할 수 있게 해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아네스 수녀의 행동이 무엇보다 가장 수상했다. 아네스 수녀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출입을 봉해둔 선대교황의 봉인이 풀려있음을 발견했고, 심지어는 방 안에 누군가 아직 있다는 것까지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그 대상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로렌스가 트랑블레 추기경과의 갈등에서 궁지에 몰려있을 때에도, 수녀로서 이례적으로 본인의 입장을 전하며 로렌스의 편을 들어준다. 선대 교황과 누구보다 가까웠다는 아네스 수녀의 그러한 행동은, 교황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그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아데예미와의 성추문을 가지고 있는 수녀를 공교롭게 콘클라베를 앞두고 로마로 부른 것이 순전히 선대교황의 지시였다는 트랑블레 추기경의 발언도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극단적인 강경파인 테데스코와 대척관계에 있던 선대 교황 입장에서는 사후 부임할 후임 교황은, 교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추기경이 선출되게끔 해야했고, 그렇기 때문에 유력교황 후보지만 교황으로서의 자격 면에서는 미달인 아데예미, 트랑블레의 약점들이 모두 콘클라베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둔 것으로 보인다.

 

8층

이건 살짝 억지일 수도 있지만, 콘클라베 기간동안 주인공인 로렌스가 머무르는 층은 8층이다. 영화에서도 ‘8층입니다’ 라는 소리가 몇차례 삽입되는 것으로 보면 8층으로 굳이 설정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보았는데, 이를 종교적으로 7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와 연관지어 생각해봤다.

로렌스와 교황의방
출입을 봉한 교황의 방과 로렌스

 

종교인이 아니라 정확하진 않지만, 성경에 따르면 신은 6일동안 천지를 창조하고 7일째 되는 날 안식일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일요일이 휴일인 이유이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관점에서 보면 7이라는 숫자는 하나의 사이클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8이라는 숫자는 한 사이클이 끝나고 맞이하는 새로운 변화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즉,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과 연관지어 본다면 앞으로 새로운 교황의 선출과 함께 교회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임을 나타내는 장치인 것이다. 

 

이번 콘클라베는 잘 몰랐던 가톨릭의 문화를 새로 배우거나, 여러가지 은유를 개인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였다. 

 

그리고 대사 자체로도 인상적이었던 대사도 많았는데, 무엇보다도 콘클라베 개최를 앞두고 로렌스가 했던 연설이 정말 인상 깊었다.

 

"교회는 다양성과 포용을 지향해야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성과 포용을 저해하는 ‘확신’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의심’을 할 수 있는 교황이 지금의 교회에 필요하다"

 

라는 내용의 연설이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공간이 없는, 본인에 대한 100%의 확신으로 뭉친 사람은 절대로 온전한 통합과 다양성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는 비단 교회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새겨둘만한 연설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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