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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청설 (Hear Me: Our Summer, 2024)

맘대로 영화 리뷰

by 뿔문 2024. 11.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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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 공식 포스터
청설 공식 포스터

 

올해는 유난히 연말에 좋은 작품이 많이 개봉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지난번 <대도시의 사랑법>도 좋은 작품이었는데, 이번 <청설>도 역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봐서 더 좋게 평가하는게 아닌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근 한국영화가 부진한 상황속 적어도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는 청설이 상위권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청설이 대만영화를 리메이크한 거라고 하는데, 내가 원작을 보지 않아서 그냥 독립된 작품으로서만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원작이 더 낫네 어떠네하는 언급은 오늘 리뷰에선 없을 예정이다. 

 

감독은 조선호 감독으로,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잘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리메이크를 하는 것의 난이도가 더 쉬운지 어떤지는 내가 창작자가 아니라서 알 노릇이 없지만 그래도 잘한건 잘한거니까.

 

이번 영화는 사실 '홍경', '노윤서', '김민주' 이렇게 세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스토리인데 세 배우 다 아직 커리어 초창기의 파릇파릇한 배우들임에도 이 영화에서의 모습은 흠잡을데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영화를 보게 된 것도 김민주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내가 평론가는 아니니까 이렇게 작품을 고를 때 무의식중에 사심이 들어가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고편에서 가장 많이 나온 장면
아마도 예고편에서 가장 많이 차용된 장면일듯...?

 

이 영화는 사실 관람하기도 전부터 하도 SNS에서 마케팅이 활발했던 터라, 내적 친밀감이라고나 할까? 그런게 있었다. 다만 마케팅이 전부인 영화는 아니고 관람하고 온 평들도 다들 좋길래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영화가 참 담백해서 좋았다. 

 

농인을 소재로 한 영화라서 고구마같은 장면이나, 인위적인 갈등 장면이 많이 나왔다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그런 인위적인 갈등장면은 제쳐두고 오롯이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의 순수한 사랑? 그리고 그런 제약들로 인해 농인들이 자연스레 겪는 불편함들은 담백하게 녹여낸 점이 영화를 보면서도 편안했다. 

 

극을 이끄는 주연 배우들의 연령대도 모두 낮아서, 영화에서 묻어나오는 특유의 푸릇푸릇한 느낌도 배가된듯한 느낌이다. 대만 영화들이 주는 청춘의 감성이라고나 할까? 그런 느낌들을 한국식으로 잘 풀어낸 점도 좋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 영화 후반부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메세지는 '자신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부담이자 짐이 될 수 있다.' 라는 메세지였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인 여름이 가족들을 위해 자신은 후순위로 두고 희생하는 모습이, 제3자인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이 착한 사람으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그것이 결국 당사자들에게는 마음 속이 곪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 여름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본인의 인생을 최우선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인정할 때 영화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흔히 요즘 '착한아이 증후군'이라는 병명이 흔하게 사용될 정도로 주변의 시선이나 환경에 휘둘리고 그저 착한사람이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결국 본인을 가장 사랑하는 상태가 되고나서야 온전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 청설은 단순한 농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청춘들의 순수한 사랑을 다룬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메세지까지 담겨있는 여러모로 좋은 영화였다. 

김민주 배우
그냥 개인적인 애정으로 넣어봤다

 

또 이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이 또 있다면, 대사없이도 이렇게 극을 이끌어가는게 가능하구나..? 라는 점이다. 이게 영화를 보다보면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잘 보면 영화를 보면서 영화관이 이렇게 적막 속에 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떠한 소음없이 청각적 진공상태에 놓일 때가 많다. 이런 것에 주목하며 영화를 본다면 더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니까 하고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다. 영화 속에서 용준이 여름과 나눈 대화 중에서 '수어는 세계 어느곳에서나 통한다.'라는 대화 내용이 있는데 이처럼 나도 수어를 배워두면 언젠가 쓸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농인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는 성공적인 것이 아닐까..?

 

아무튼 길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 참 많은 것들을 꾹꾹 눌러담은 좋은 영화니까 다들 한번씩 관람하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어머니와 여름이가 나눈 대화가 이 영화에서 하고싶은 수많은 메세지 중 하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대사를 끝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아무도 다른 사람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어.

엄마는 여름이가 네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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