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만에 조조로 영화를 보고왔다. 10월 이후로 괜찮은 개봉작이 몇개 있었기 때문에 보고싶은 영화를 계속 체크해두고 있었는데, 드디어 미뤄왔던 '대도시의 사랑법'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퀴어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것 외에는 어떤 사전지식도 없이 감상했다. 주연으로는 김고은, 노상현 두 배우가 출연하셨다.
올해 상반기에 봤던 '파묘'에서 김고은 배우 연기의 진가를 깨닫게 됐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김고은 배우였다. 파묘도 현대극이긴 했지만 다소 장르극 성격이 강했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김고은 배우는 이런 현대극에서의 일상연기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인 것 같다.
노상현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참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극 중에서 언급된 것처럼 양조위 느낌이 들때도 있고 개인적으로 엄태구, 이제훈 때로는 가수 JB 느낌까지도 드는 참 다채로운 색의 마스크라서 배우로서는 큰 장점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연기로는 검증된 김고은 배우 옆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보단 오히려 두사람의 케미가 잘 어우러져 참 영화의 맛을 잘 살린 것 같다.
감독인 이언희 감독님의 작품도 개인적으로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차기작을 기대해볼만한 감독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원작 소설이 훌륭해서 이런 작품이 나온것인지 어떤지는 내가 아직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좋은 원작을 잘 살리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이번 영화에 한해서는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구재희라는 캐릭터는 원작에선 수많은 챕터 중에서 한 챕터에서만 등장하는 캐릭터고, 노상현 배우가 연기한 장흥(원작에선 영)이 메인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설정을 살짝 바꿔서 두 메인 주인공 체제로 변경한게 영화를 보는 재미 측면에선 참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아직은 퀴어영화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이 남아있는 게 현실인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더 다양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감독의 진의는 알 수 없으나 퀴어라는 소재 외에도 여성에 대한 소재까지 폭넓게 영화에서 다룬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원작 소설과 결말도 꽤 차이가 있다고 하니 한번쯤 원작을 읽어볼 계획이다. 아마 이번달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12월쯤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끌고와서 조금 문어체적인 혹은 문학적인 대사가 조금 이질감이 있다는 평이 있던데, 일부는 동의하고 또 한편으로는 원작의 대사가 워낙 좋아서 그대로 살리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서 이해가 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여러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흥수의 손목 상처를 보고 나눈 재희와 흥수의 대화였다.
"죽고싶었어?"
"아니, 살기 싫었어"
누군가의 살기 싫을 정도로 힘들다는 말이, 죽고싶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사였다. 세상에 죽고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저 살기 힘들정도로 힘든 사람들만 있을 뿐일 것이다.
또 기억에 남는 대사는 참 많다. 게이인 걸 들킨 흥수가, 재희에게 "약점이라도 잡은 것 같냐"라고 하자 재희가
"네가 너인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겠어"
라고 하는 대사도 참 좋았다. 비단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다수에 속하지 못한 소수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대사일 것 같다.
그 외 많은 명대사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두대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며 다른 대사들을 음미해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살짝 눈물을 훔친 장면도 있었다. 흥수가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하고나서 엄마는 충격을 받은듯 집을 나서는데, 그럼에도 아들을 이해해보고자 새벽에 혼자 조용히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보고 오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찡했다.
이런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은 영화라서 안본 사람들이 있다면 꼭 봤으면 좋겠다. 결코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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