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일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누가 뭐래도 영화관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일이나 일상의 잡념에서 벗어나서 독립된 공간에서 영화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영화라는게 참 신기한게 혼자볼 땐 혼자보는 맛이 있고, 다른 사람과 같이 볼 땐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본 감상을 같이 재잘재잘 나누는 그 맛이 또 있다.
영화를 보는 것에 재미를 붙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입장이라서 사실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중에서도 아직 못 본 영화들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마음만 같아선 모든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싶은 심정이다. 집에서 조그만한 아이패드 화면으로 볼때와 상영관에서 볼때는 그 감동이 몇배는 차이가 나니까.
아무튼 서두가 길었는데, 오늘의 영화는 ~~~ 두구두구 무려 <비긴어게인>이 되시겠다. 요즘 재개봉 열풍에 힘입어 비긴어게인도 재개봉을 한 모양이다. 어디 또 볼만한 영화가 없나하고 상영중인 영화 목록을 살피다가 예상도 못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마크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로, 사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처음 등장하는 밤무대 장면(?) (혹시 제대로 된 용어를 아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에서는 키이라 나이틀리인지 못알아봤다. 내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처음 본 영화가 <어톤먼트>였는데 그 영화에서의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화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 아마 배우분들에게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아무래도 음악에 관련된 영화인만큼, 키이라 나이틀리가 노래를 직접 부르는 장면이 영화속에서 여러차례 등장한다. 휴잭맨이나 레이디가가와 같은 웅장함이나 음악적인 스킬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음악 경연프로그램에서도 조금은 모자란 가창력일지라도 정직한 창법과 감정선이 오히려 더 좋게 들릴 때가 있듯이 이 영화에서는 키이라 나이틀리처럼 부르는 스타일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키이라 나이틀리가 불렀기에 영화가 더 좋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개봉한 당시에는 영화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한동안 비슷한 느낌의 음악영화들이 한창 인기가 많았던 시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원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맘마미아> 등등...
<비긴어게인>은 이 영화들보다 늦게 나오긴했지만, 한동안 유행했던 음악 영화들의 향연에 종지부를 찍은 작품이라고 내 인식 속에 박혀있다. 적어도 내 기억속에서는 이 이후로는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대히트를 치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된건 아마 비긴어게인보다 좋은 작품이 한동안 안나왔기 때문일거라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영화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메가히트곡 [Lost stars]를 극장에서 들으니까 얼마나 벅차던지, 그 감동은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멜로디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가사가 참 좋은 노래다. 아래는 그 가사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영화에서 댄 역의 마크 러팔로는 막바지였던 커리어의 위기를 그레타를 만나 극복했고, 더불어 아내와의 불화에서 비롯된 가정에서의 개인적인 위기도 이겨내며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레타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고 한명의 뮤지션으로서 당당하게 새로 시작하게 됐다.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전 연인인 데이브 역의 애덤 리바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결말을 두고는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공연을 계기로 온전한 이별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레타와 데이브가 함께 작업했던 [Lost stars]를 부르는 그 장면 속 수많은 관객들이 열광하는 모습에서, 그레타는 이제 본인 없이도 데이브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고 동시에 그레타 자신도 본인의 노래가 그렇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는 본인 역시 데이브가 아니더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속 최애 장면을 꼽자면, 역시 공연장에서 빠져나온 뒤 한결 편해진 표정의 그레타가 자전거를 타고 한밤중의 도로를 달리는 장면에서 [Lost stars]가 배경에 짙게 깔리는 그 장면을 고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역시 Classic is the best인 법이다 ㅎ
이 영화는 제목부터가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 별 것 아니지만 그 자체로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말이다.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결국 첫 시도가 원하는대로 잘 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좌절하고 주저앉는게 아니라, 몇번이고 다시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는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다시 시도하는 그것조차 잘 안풀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고 시작했다는 것 자체로도 멋진 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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